
<aside> 💌
고유미 후보가 당원 동지들께 편지를 보냅니다
저처럼 평범한 당원이 한걸음씩 나아가 당대표가 되어 저와 비슷한 사연을 갖고 있는 애당심 넘치는 당원 동지들과 함께 당을 변화시켜 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13년 동안 모범당원으로 살아온 것처럼, 기회를 주신다면 유능하고 헌신적인 대표로 일하겠습니다.
</aside>
노동당 여성명부 대표 출마의 변
1.
저와 노동당의 인연은 함께 운동을 했던 후배 권문석의 부고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비겁하게 지냈다는 자책이 옛 동지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노동당 가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2014년 입당 이후 두 차례 이어진 집단 탈당을 거치며 ‘말릴 방법도, 따라갈 방법도 찾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로 위축감을 크게 느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의 고단한 현실에 실망하지 않고 당원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고, 계양산 둘레길을 걷고, 공부 모임을 키우고, 수년간 매주 집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쿠팡센터 앞에서 4년째 정당연설회를 진행하며, 당원으로서의 효능감과 동시에 더 나은 활동 당원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성취감도 크게 느꼈습니다. 모두가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는 절박함을 함께 갖고 실천해준 동료 당원들 덕분입니다. 우리가 자주 부르는 노래의 가사처럼,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기꺼이 진보정당의 당원으로 살고 있는 당원 동지들을 존경합니다.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인사드립니다. 노동당 여성명부 대표로 출마하려고 합니다.
후배의 부고에 당원이 되어 매달 당비라도 내야겠다는 소박한 마음을 무럭무럭 키워, 노동당과 세상에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지난 12년간 꾸준히 애쓴, 인천시당의 고유미입니다.
2.
저는 노동당이 자랑스럽고 동료 당원들을 존경하는 만큼이나, 노동당의 부족함이 부끄럽습니다.
‘사회주의 대중화와 독자적 진보정치’라는 우리의 정체성이 방향성 제시나 선언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노동당의 존재 이유와 활동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반성이 필요합니다.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것이 자본주의를 잘 비판하는 것으로, 독자적 진보정치가 민주당을 위시한 위성정당들과 더 명확하게 선을 긋는 것으로 등치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반드시 탁월한 사업계획으로 제기되고,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당원들의 직접행동으로 실천되어, 당원들의 경험으로 쌓여야 합니다.
노동당의 지지자들은 노동당이 성장하는 만큼 착취가 줄어들고 취약한 사람들의 삶이 개선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우리가 ‘헌신적인 유지’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현재 노동당은 헌신적인 유지에도 불구하고 느리게 소멸해 가고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논하는 것조차, 부족한 재정과 역량을 탓하는 것조차 한가한 소리처럼 들립니다. 지금 당장, 하나의 지점으로 당원들의 헌신을 모아내야 합니다. 당원들의 헌신을 반드시 노동당의 혁신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노동당은 사회주의를 이념적으로 표방하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등록정당입니다. 때문에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생각하거나 또는 적어도 체제전환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노동당을 주목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기대에도 불구하고, 노동당에 실제 사회주의자들이 많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지면, 노동당에는 서로가 보고 배울 사회주의자들의 생활 문화가 부족합니다.
진지충, X선비라는 조롱에도 위축되지 않고 동료를 찾고 싶은 청소년, 가망 없는 세상에 맞서 싸우지 않을 도리가 없는 청년들, 배우지 않았어도 저절로 계급을 느끼게 되고 해방을 소망하게 되는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들과 함께, 우리 노동당이 21세기 사회주의자들의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과거에서, 먼 곳에서 사회주의자를 찾지 말고, 우리 노동당 당원들이 21세기의 사회주의자가 되어야 합니다.
3.
지난 12년간, 노동당의 지향을 구체적인 사업으로 드러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당원들의 준거집단이 될 수 있도록 기쁜 마음으로 인천시당을 가꿔왔습니다. 대강 셈해봐도 2000명의 뒷풀이를 직접 준비했고, 무수히 많은 시간을 당원들과 함께 했습니다. 전업 활동가나 상근 당직자가 아닌 당원들 중에서는 가장 많은 에너지를 노동당에 쏟은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랑을 위한 얘기가 아닙니다. 어찌보면 저와 같이 평범한 서사를 갖고 있는 당원이 대표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 우리의 어려운 처지를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저와 유사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혁신의 주체로 호명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탁월한 인물이 대표가 된다면 노동당이 바뀔 수 있겠습니까, 그 탁월한 한 사람의 힘으로 백척간두에 놓인 진보정당 운동을 살릴 수 있겠습니까?
또는 당장 몇억이 생긴다면 노동당이 바뀔 수 있겠습니까. 걱정 없이 내년 지선을 치르고 상근자를 몇 명 더 늘릴 수는 있겠지만, 노동당의 혁신은 돈으로도 요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