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개명 신고 하기도 전에 입구컷 당할 뻔한 썰 푼다 (케이)
제목은 이렇지만……, 개명 신청 과정과 소소한 팁들을 전달할 수 있는 글이 되길 바랍니다.
리뷰와 에세이 란에 많이 기고해주셨으면 해서 최대한 가벼운 톤으로 썼습니다. 한국의 공공/금융 웹사이트의 더러운 UI를 욕하는 내용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지만, 진짜 공익 목적 글입니다. 믿어주세요.
개명 이유
친구들은 전부 나를 별명으로 부르고, 활동은 활동명인 ‘케이’로 해서 이제 친분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 중 본명을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도 개명은 여러모로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데드네임¹⁾이 지나치게 한쪽 성별에 치우쳐 있어서, 이름을 들을 때마다 디스포리아가 오는 슬픈 상황……. 다만 이 차가운, 나에게 집 한 칸 똑바로 주지 않는 도시(aka. 서울)에서 먹고 살고 학교도 다니고 수술비도 벌어야 해서 대충 버티고 살았다. 하지만 버티는 것은 잘 사는 것이 아니다.
부가적으로, 이름 세 글자 중 한 글자를 모자이크 해봤자 너무 성별이 드러나는 이름이라는 점도 이유 중 하나였다. 택배에서 개인정보 뜯어내느라 버린 시간과 공간을 생각하면 저절로 욕이 나온다. 신청이 끝난 지금 이 짓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니 속이 시원하다.
작명
원래 이름에서 한 글자 정도는 살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이런저런 후보 군을 고려하는 데에 몇 달 쯤 썼다. 탄핵-대선 국면에서는 어차피 신청할 틈이 안 나다 보니 머릿속으로 열심히 고민했다.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이미지가 있는 이름 등은 제외하는 게 낫고, 어감 등도 고려 대상이었다.
원래는 친구한테 아는 퀴어프렌들리한 작명가 없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는데, 요즘 물가가 올라서 작명 값도 많이 올랐다. 그럴 바에 호르몬 치료에 한 푼 더 보태는 게 나을 거 같아서 관뒀고, 작명 앱을 써서 한자를 붙였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것이, 나 자신은 유물론자지만 작명 앱은 보통 사주와 음양오행이 붙어있고, 그게 눈에 보이니까 신경을 쓰게 되더라.
나 자신을 자식으로 대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보통 이름은 남이 지어주는 것이지만, 우리들은 자기 이름을 자기가 짓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 자신을 아껴주지 않았다면 아껴줄 사람을 찾아서 나 자신이 아껴주면 된다고, 주변에 늘 입버릇처럼 조언하곤 했는데 정확히 그런 감각에 가까워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 가족들도 이런 것들을 다 고려해서 이름을 지어주었을 텐데, 자식이 트랜스젠더라 그렇게 됐다. 성인은 개명할 때 동의서도 필요 없다.²⁾ 받아들이시길.
개명 신청 개요
엄밀히 따지면 개명은 신청이 아니라 가정법원을 통한 소송에 해당한다. 판사가 개명을 허가할지 말지 결정하기 때문에, 필요 서류와 어느 정도의 성의 있는 개명 사유, 그러니까 읍소문은 잘 채워 넣어야 한다. 단, 세상이 좋아져서 모든 것을 법원에 가지 않고 인터넷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필요 서류는 다음과 같다.
| 항목 | 발급처 | 비고 |
|---|---|---|
| 개명허가신청서 | 전자소송포털에서 작성 | |
| 기본증명서 |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 | |
| 주민등록등(초)본 | 정부24 | 거주지 이전 등 모든 이력이 다 나오도록 발급 |
| 가족관계증명서(본인) |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 | |
| 가족관계증명서(부) |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 | 형제자매 중 신청한 이름과 동명인 사람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함 |
| 가족관계증명서(모) |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 | 상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