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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3일 국제사법재판소(ICJ)는 15명 재판관의 만장일치로 ‘권고적 의견(advisory opinion)’을 냈다. “기후 위기 대응은 모든 나라가 ‘상당한 주의(due diligence)’를 기울여야 하는 일”이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의무가 있다”면서 “부당한 행위로 피해를 받은 나라에 원상 회복과 완전한 배상을 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진다”는 내용이다.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적 의견’은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모든 나라가 법적 판단에 고려해야 하는 권위 있는 성명으로 통용된다. 역사적인 판결을 통해 각국이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기후 시스템을 보호하지 못할 경우 국제법을 위반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더 큰 피해를 입은 국가들이 가장 심각한 오염을 유발하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개별 국가에게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은 지구 온난화 배출을 억제해야 할 국가의 책임에 대한 최초의 국제법적 선례를 확립했다는 점에서 ‘역사상 가장 큰 기후 사건’이라고 불리우며, 네이처 저널은 사설에서 “파리 협정 이후 기후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진전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라고 밝힌 바가 있다.

이번 판결의 시작은 태평양 섬나라 피지의 사우스퍼시픽 대학 학생 27명이 시작한 캠페인에서 비롯되었다. 2019년에 그들은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는 태평양 섬 학생들(PISFCC)’ 이라는 이름의 조직을 만들고, 태평양 섬 포럼 의 지도자들이 기후 변화 문제를 세계 최고 법원에 가져가도록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였다. PISFCC는 2020년에 전 세계 다른 청소년 단체와 힘을 합쳐 국가 대표자들에게 조치를 취하도록 압박을 가했고, 2021년 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 정부는 ICJ로부터 ‘자문 의견’을 얻기 위한 노력을 주도하겠다고 발표하고, 태평양 도서 지역 사회와 ‘같은 생각을 가진 취약 국가들의 연합’을 구축하였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바누아투는 태평양 도서국 포럼(PFI) 18개 회원국으로부터 만장일치로 그 노력을 인정 받았고,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서 다른 국가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논의에 참여하며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였다. 그 결과 다른 국가들과 3차례 의 협의를 거친 후, 105개 국가 의 지지를 받아 유엔 총회에 제출되었고, 마침내 2023년 3월 29일, 총회는 ICJ에 ‘자문 의견’을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이번 판결을 낳은 소송을 주도한 바누아투 공화국은 이번 판결을 “기후 정의를 위한 투쟁의 이정표”라고 부르며 “ICJ 판결을 유엔 총회에 가져가 이 결정의 이행을 뒷받침할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바누아투 기후 장관 랄프 레겐바누는 “미국의 영향력 아래 화석 연료 확장이 계속되고 있고, 기후 금융 및 기술이전 손실, 미국의 파리 협정 탈퇴 이후 기후 야망이 부족하다”며, “과거와 현재의 주요 오염원들이 계속해서 면죄부를 받고 개발도상국을 기업의 탐욕을 더 채우기 위한 희생양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판결에서 밝힌 주요 기후 의견은 다음과 같다.

△오염 유발국 ‘책임져야’: 유엔 최고 재판소는 “부유한” 국가들에게 “오염 억제를 위한 국제적 약속을 준수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기후 변화로 큰 타격을 입은 국가에 배상금을 지불해야 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하였다. 소규모 도서국들은 이를 “대규모 오염 유발국에 책임을 묻는 법적 디딤돌”이라고 묘사했다.

△‘고유의 권리’: 국제사법 재판소의 일본판사 이와사와 유지는 심리에서 “깨끗하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환경에 대한 인권은… 다른 인권의 향유에 내재되어 있다”고 말했으며, 이에 대해 기후 활동가들은 “국제 기후법의 전환점”이라고 묘사했다고 AP통신은 보도하였다.

△‘법적 무게’: 영국 언론 타임스는  이 견해가 “영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에 구속력이 없으며, 미국은 ICJ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타임스는 “ICJ의 권고적 의견은 상당한 법적 무게를 지니고 있으며 국제법의 명확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과학은 명확해졌고, 법도 이제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의견에 대한 주요 반응을 소개한다.(출처는 earth.org)

“국제사법재판소(ICJ)는 과학적 근거를 긍정함으로써,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화석 연료를 시급히 단계적으로 폐지하도록 각국에 명령하였다. 군소도서국, 태평양 지역 사회, 젊은이들,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 이 의견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것을 지킬 수 있는 생명줄이자 기회이다. 저는 이제 희망이 있으며, 우리도 우리 지역 사회에 돌아와 같은 희망을 말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오늘은 기후 정의에 있어 역사적인 날이며, 우리는 이를 실현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는 태평양 섬 학생들]. Vishal Prashad, Director

“ICJ의 판결은 기후 정의를 요구하는 데 있어 국제법과 글로벌 거버넌스의 역할을 재확인하는 획기적인 법적 결정이다. 허위 정보와 정치적 무관심으로 인권과 환경 보호가 훼손된 이 시대에, 이 고무적인 판결은 독립적인 법적 메커니즘과 다자주의가 인간과 지구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ICJ의 권위 있는 국제법 해석은 각국이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고 오염 유발자에게 책임을 묻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명확히 제시하며, 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든 가장 취약한 공동체의 권리가 보호되도록 보장한다.”

[국제환경법센터]. 대표Rebecca Brown

“오염자 부담 원칙에 비추어, ICJ는 국가가 화석 연료 생산 지속·허가, 화석 연료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기후 시스템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국제적으로 위법한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주요 오염국들이 이와 반대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ICJ는 현재 및 누적 배출량을 고려하여 각 국가의 기후 위기 기여도를 과학적으로 판단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 특히 역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국가들은 책임을 지고 자신들이 초래한 기후 피해를 복구하며 재발 방지를 보장해야 한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기후정의팀 연구원이자 법률 고문인 Candy Ofime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역사적인 확언을 내렸다. 기후 위기는 건강 위기이며, 행동하지 않는 것은 생명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이다. 재판소는 화석 연료가 이 위기의 근본 원인임을 분명히 했으며, 화석 연료 생산, 보조금, 탐사 등을 통해 국가가 배출량을 억제하지 않는 것은 국제적으로 위법한 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 판결은 정부와 기업이 더 이상의 피해를 방지하고, 건강권을 옹호하며, 미래 세대를 보호할 법적 의무가 있음을 재확인한다. 치명적 더위와 유독 대기 오염, 질병과 이주에 이르기까지, 재판소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인간의 건강은 부수적 피해가 아니다. 이제 보건 종사자와 옹호자들은 화석 연료로부터의 정의로운 전환을 포함하여 정의에 기반한 과감하고 과학에 기반한 기후 행동을 요구할 강력한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건강과 모든 연령과 국경을 초월하여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해야 한다.”

[글로벌 기후와 건강연합]. Dr Jeni Miller, Executive Director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역사적인 권고 의견을 발표한 것을 환영한다. 이 의견은 모든 국가가 국제법에 따라 지구 기후 시스템을 보호할 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지구, 기후 정의, 그리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젊은이들의 힘을 위한 승리이다. 태평양 섬나라 젊은이들이 전 세계에 인류를 향한 이 호소를 시작했다. 그리고 세계는 이에 응답해야 한다.

국제사법재판소가 오늘 밝힌 바와 같이, 파리 협정의 1.5도 목표는 현행 기후 변화 조약 체제 하에서 모든 기후 정책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