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3일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7월 15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되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주도한 소액주주운동의 요구가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 시대”,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같은 주주자본주의 기조와 만나 법제화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11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핵심은 증시”라며 “주식 시장을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겠다” 말하고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 “비정상적인 것을 고치는 것만 해도 (국내 증시가) 2배 정도는 평가받을 수 있다”며 “상법 개정이 거기에 속한다” 말하는 등, 상법 개정의 취지가 주식시장 활성화와 증시 부양을 위한 방안임을 밝혔다.
상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현행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사는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주주에 대해서는 충실의무가 없다. 그러나 개정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며,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이사는 의사결정시 회사뿐만 아니라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라는 의도이다.
개정법은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여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독립이사는 ‘사외이사로서 사내이사, 집행임원 및 업무집행 지시자로부터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이사를 말한다’라고 명시한다. 또한 독립이사 선임 의무비율을 1/4에서 1/3으로 확대한다. 이는 상장회사에서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업무집행 감독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이다.
개정법은 전자주주총회를 병행 개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대규모 상장사의 경우 병행 개최를 의무화한다. 이는 주주 참여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상장회사의 의사결정에 있어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의도이다.
현행 상법은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의 선임 및 해임의 경우 특수관계인 등이 소유한 주식을 합산하여 발행주식 총수의 3% 초과 소유 여부를 판단하고 3%를 초과하는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으나,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의 선임 및 해임의 경우 특수관계인 등이 소유한 주식을 합산하지 않고 판단한다. 개정 상법은 사외이사 여부와 무관하게 감사위원의 선임 및 해임시 특수관계인 등이 소유한 주식을 합산하여 3% 초과 소유 여부를 판단한다. 이에 따라 감사위원 선임 및 해임에 대한 소수 주주의 영향력은 강화되고 최대주주의 영향력은 약화된다.
이렇듯 개정안의 핵심은 주주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며, 전자주주총회로 소액주주의 참여를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및 해임에 대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 주주의 권한을 강화해 최대주주(지배 주주)를 견제하는 것이다. 그럼 상법 개정안이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
상법 개정 = 경제민주화?
소액주주운동을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의 경로로 간주하고 요구해온 참여연대 등의 시민운동, 그리고 민주당발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한 정당들, 그리고 민주노총까지 상법 개정을 지지하고 있다.
정부의 상법개정안에 대해 소액주주운동을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의 경로로 간주하고 요구해온 참여연대는 “지배주주들의 전횡을 막는 첫걸음이 될 중요한 진전”이라며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소액주주운동은 1997년 외환위기를 촉발시킨 한보 사태와 함께 시작되었다. 재계 순위 14위의 한보그룹의 부실경영은 연쇄 도산과 외환위기의 시발점이었다. 시민운동은 한보그룹의 부실경영을 인지하고도 5조원 이상의 불법 대출을 제공한 제일은행 경영진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참여연대가 제일은행 소액주주 110명으로부터 약 89만주를 모집해 주주대표소송 제기요건인 82만주(0.5%)를 충족하고 부실 대출을 승인한 이사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철수 전 제일은행장 등 4명의 피고에게 400억원을 은행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소액주주운동은 삼성전자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제기, 쌍용자동차 및 상하이자동차 경영진에 대한 손해배상 요구 주주대표소송, 대우조선해양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이어졌다.
시민운동의 상법개정안 찬성은 소액주주운동의 일환이다. 참여연대는 상법개정안에 대한 논평에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명문화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대선공약이 아니었던 합산 3%룰 강화 등이 포함되었다고 환영하는 입장과 함께, 민주당의 공약이었던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이 제외된 데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상법 개정은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개선하고, 총수일가 지배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며 정부가 상법개정안을 주식시장 부양을 위한 수단으로만 삼는 것이 아닌지 우려를 표하며, 공정경제와 경제민주화 실현의 관점에서 개혁을 추진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경로로써 상법개정안을 바라보는 시민사회 일부의 시각을 보여준다.
그러나 경제민주화가 주주자본주의로써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은 공상이다. 주주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소액주주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은 결국 주주가 주식 투자를 통해 주가 상승과 배당으로 더 큰 이윤을 얻기 위한 방향으로 기업 경영을 유도하는 결과를 낳는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와 감사위원 선임 및 해임에 대한 최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은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순기능은 있지만, 이 역시 주주, 즉 자본의 이익을 위한 투명성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