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

당에 소속된 채로 지내다 보면, 노동당이라는 큰 조직 외에도 시당이나 지역위원회, 그리고 의제조직 등… 자연스레 다양한 세부 조직에도 발을 담그게 되는 듯합니다. 요즈음은 성소수자 위원회만큼은 아니지만, 지역위원회 활동도 늘려가는 중인데요.

그러던 중 지역에서 <바로 지금 여기>라는 영화 시사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뜻깊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성소수자 위원회의 동지들께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에세이를 기고하고자 합니다.

다만, 이번 달 내내 이직 준비 탓에, 당 활동 외에도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중요한 내용은 전부 下편에 실려 기고될 예정입니다만, 전반부에 불과한 내용이라도 후반부를 기다리며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독립영화 <바로 지금 여기>

<바로 지금 여기>는 상영시간 94분의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로, 세 개의 단편을 매끄럽게 연결하여 만들어진 장편이다. 쪽방촌 주민들이 경험하는 기후 재난을 다루는, 남태제 감독의 <돈의동의 여름>, 스마트팜에 맞서 생태주의적 농사를 짓는 여성 농민들이 경험하는 기후 재난을 다루는, 문정현 감독의 <열음지기>, 그리고 석탄발전소를 수출하는 기업과 맞서 투쟁하다가 법정에 가게 된 청년기후긴급행동의 기후 활동가들과 60+기후행동 활동가의 만남을 다루는, 김진열 감독의 <마주보다>.

이 영화에서 다뤄지는 기후 위기는 국제적인 동시에, 지극히 한국적이고 투쟁적이다. 우리의 삶과 어느 방식으로든 연결된 사람들이 출연하고, 또 투쟁한다.

<바로 지금 여기>를 관람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 또한 이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가 맞닥뜨리는 기후 재난을 넘어,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이 기후 위기에 함께 대항하는 모습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영화 곳곳에는 시위와 집회가 등장하고, 녹색당의 소품이 등장하는 등 정치색 또한 선명하게 묻어난다.

마침, 나는 갓 출범한 관악/동작 지역위원회에서 어떻게 지역 의제를 찾고 활동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서울이라는 도시에 큰 애착이 없었다. 서울로 상경한 지는 1년을 조금 넘고, 관악구로 이사한 지는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지역구는 직장의 위치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았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을지언정 언젠가는 서울 아닌 도시로 이사하게 될지도 모른다.

여전히, 현재의 나는 전철역에 가려면 마을버스를 타야 하는 위치에 있는 관악구의 원룸에 거주하는 직장인이다. 이건 성소수자라는 정체성과 마찬가지로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지역 주민들과 안면을 트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고, 동시에 이 서울이라는 도시의 지역적인 문제에 대해 알아가고 싶었다. 또, 그러한 의제에 대하여 어떻게 투쟁해야 할지 논의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다시, 영화 <바로 지금 여기>는 서울의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여성 농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기후 운동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중 쪽방촌에 대한 반빈곤 의제는 현재 서울시당이 집중하고 있는 의제 중 하나이다. 그리고 기후 위기는 취약한 대상에게 가장 먼저 영향을 끼치므로, 반빈곤 의제와도 떼어놓을 수 없는 연관성을 가진다.

현재 기후 재난을 가장 적극적으로 촉발하는 원인이 자본주의 체제인 것도 한몫한다. 그렇기에 나는 이번 시사회를 통하여 쪽방촌의 삶과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기업에 맞서는 활동가의 면면을 살피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해당 시사회와 후기는 자연스레 <돈의동의 여름>과 <마주보다>에 비중을 두고 진행되었으나, 이는 <열음지기> 속에서 다뤄지는 문제가 우리의 삶과도, 서울에서 거주하는 것과도 무관하기 때문은 아니다. 서울은 발전소부터 시작하여 논과 밭까지, 삶에 필수적인 생활시설을 배제한 채 다른 지역으로부터 공급받아 돌아가는 도시이다. 그렇기에 농업과 관련된 투쟁은 서울에서 살아가는 시민이, 한국과 전 세계에 살아가는 여느 시민만큼이나 관심을 가져야 할 의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