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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법계엄과 내란시도로 인해 윤석열이 탄핵되면서 21대 대선이 조기에 실시되었다. 또한 조기대선의 결과로 민주당의 이재명이 당선되면서 새로운 정권이 출범했다. 본 글에서는 조기대선의 전개과정과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를 간단하게 서술하고자 한다.

우선 조기대선의 기본 구도를 파악해보자. 내란시도와 탄핵으로 인해 실시되는 대선인만큼, 원래의 핵심구도는 찬탄 대 반탄이었다. 하지만 반탄 내지는 적어도 윤석열과 제대로 단절하지 못한 국힘과 김문수를 제외한다면 나머지 후보 3명은 모두 탄핵에 찬성했다. 한편 보수 대 진보 구도로 살펴본다면, 민주노동당의 권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 3명은 모두 보수 후보였다. 이재명의 경우 과거보다도 뚜렷하게 우클릭하면서 중도보수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했으며, 이준석은 탄핵반대를 제외하고는 국힘과 그다지 차별성이 없었다. 즉 주요 대선후보 4명은 반탄보수/찬탄보수/찬탄중도보수/찬탄진보라고 크게 구분할 수 있다. 반탄과 찬탄으로 구분하든, 보수와 진보로 구분하든 원래는 3대1의 구도였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 조기대선의 전개과정에서는 3대1이라기보다 2대2의 구도가 나타났다. 찬탄/반탄은 생각보다 주된 쟁점이 되지 못하였으며, 김문수가 윤석열과 제대로 단절하지 못했음에도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한 보수 유권자들도 상당수가 김문수를 지지했다. 즉 유권자 중 상당수는 이번 대선을 내란심판의 관점에서 판단하지 않았다. 내란에 대한 심판은 탄핵 인용으로 사실상 이루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보수 대 진보 구도도 거의 형성되지 못하였다. 이재명이 확실히 우클릭하였음에도 김문수나 이준석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개혁적이었거니와, 진보적인 유권자의 상당수는 오히려 보수 유권자와 다르게 내란심판과 정권교체를 최우선적인 가치로 생각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국힘류의 보수정권 연장이냐 정권교체냐가 실제로는 기본 구도가 됨으로써, 국힘의 김문수와 국힘 출신인 이준석 대 민주당의 이재명과 민주노동당의 권영국이라는 2대2 구도로 대선이 진행되었다. 이재명이 스스로 진보가 아니라고 천명했음에도,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일종의 보수/진보 구도가 되면서 민주당이 범진보진영의 일부인 것처럼 많은 유권자들에게 받아들여졌으며 진짜 보수 대 진보 구도는 만들어지지 못했다.

상당수 유권자들이 받아들인 보수/진보 2대2 구도가 실제 사실과는 다르다는 것은 후보들의 정책만 살펴봐도 뚜렷이 알 수 있다. 10대 공약 등 주요정책을 보면 이재명과 김문수의 공약은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원전 확대냐 아니냐 내지 확실한 반노동이냐 약간은 유화적이냐 등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차이가 있긴 했지만, 큰 방향은 두 후보 모두 경제성장과 기업 중시 등 친자본적인 입장이었으며 복지나 서민경제조차 김문수도 말로는 강조했다. 찬탄과 반탄을 제외하고 공약만 놓고 본다면 누가 이재명이고 누가 김문수인지도 애매할 정도로 두 후보는 내세우는 것이 비슷했다. 게다가 이준석은 규제혁파와 작은정부 등 김문수보다도 더 신자유주의적이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젊은 세대 일부에게 다가갈 만한 공약을 일부 제시한 것을 제외한다면 이준석의 공약 역시 김문수 등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권영국의 정책이나 공약은 이 3명의 후보와는 완전히 달랐고 뚜렷하게 구별되었음에도, 유권자는 물론이고 언론조차 이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이렇게 권영국을 제외한 주요 후보 모두의 공약이 큰 차이가 없었기에, TV토론을 비롯해서 실제 선거운동의 과정에서 정책은 거의 거론되지 못하였다. 단지 이재명에 대한 찬반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인물선거, 더 심하게는 상호비방이 TV토론이나 선거운동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 이전의 어떤 대선보다도 정책이 실종된 선거였으며, 이는 권영국을 제외한 3후보 모두가 보수였기에 사실은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게다가 진보 대 보수 구도가 아닌 보수들끼리의 선거가 되면서 제3세력으로서의 대표성도 오히려 이준석이 차지하게 되었다. 앞서 말했듯이 이준석은 김문수보다도 더 신자유주의적이고, 최저임금 차등이나 반여성적인 발언 등 심각하게 문제가 많은 후보였다. 그럼에도 인물선거로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 이준석은 반이재명/반윤석열의 대표주자로서 인식됨으로써, 부적격자임에도 나름 일정한 지지율을 얻었는데 이는 특히 젊은 세대에게 기존의 양당이 아닌 대안세력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진보정당이 거대양당의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았던 때도 있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전혀 그렇게 되지 못하였다.

이렇게 구도 및 실제 선거운동이 진행됨에 따라, 권영국 후보는 득표율만 따지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결과를 얻었다. 1%에도 미치지 못하였는 바 이는 92년 당시 백기완의 득표율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함께 작용했다. 진보당 등 기존 진보정당의 일부가 이재명을 지지하고 민주노총 또한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하는 등 친민주당 흐름이 상당히 강화된 것, 독립적 진보정당 세력의 경우 대중적으로 이 세력을 대표했던 정의당 이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던 것, 그런 과정에서 최근까지 운동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침체와 무기력에 빠져있었다는 것 등이 득표율 저조의 주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권영국 후보 선거운동의 전체 과정을 생각해보면 득표율만을 생각해서 좌절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판단된다. 우선 중간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노동당/녹색당/정의당 등 진보3당과 주요 산별노조 및 사회운동 단체 등 독립적 진보정치를 바라는 제 세력들 간의 연대가 이루어졌다. 또한 선거운동이 진행되고 권영국 후보가 1차 TV토론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등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참여한 운동 단위 내부적으로 그간의 침체와 무기력에서 일정 정도 벗어나는 모습도 보였다. 즉 결과로까지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독립적 진보정당운동이 다시 출발할 수 있는 운동단위 내부적 바탕은 마련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추후 과제도 명확하다. 우선 이번 대선에서 만들어진 독립적 진보정치 세력들 간의 연대 및 상호협력은 앞으로도 보다 지속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다만 이는 각자의 고유한 색깔을 인정하는 것이 전제이다. 과거처럼 정당간 통합이냐 아니냐에 대한 내부 논쟁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대부분 소모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평소에는 각자의 지향에 따른 활동을 해나가되 각종 선거 대응 및 지역 활동 등은 상호 연대연합하는 방식이 훨씬 더 바람직하며, 이를 위해 연합정당 허용 등의 정당법 개정운동을 강력하게 전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나치게 친민주당 흐름이 강화된 민주노총 등 민중운동 진영을 바로세우기 위한 노력이 집중적으로 필요하며, 체제전환운동을 지향하는 사회운동과의 협력도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되어야 한다. 의석수 내지 제도정치에만 매몰되었던 그간의 일부 경향성을 극복하고 사회운동의 정치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 또한 상층의 이슈만이 아니라 지역과 현장에 보다 긴밀하게 연결된 활동을 중심으로 바닥부터 다져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독립성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운동 특히 TV토론에서도 민주당과 관련해서 비판해야 할 사안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고 마치 부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이 반복될 경우 그간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정의당의 오류를 되풀이할 우려가 있다. 또한 민주당에 종속적인 진보당 등과의 구별 정립도 제대로 될 수 없다. 민주당을 진보의 입장에서 강력히 비판하는 위치 즉 진보야당으로서의 역할을 해야만이 독립적 진보정치의 필요성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으며 제3 정치세력의 대표성도 획득할 수 있다. 물론 인물에 대한 비방이나 각종 꼬투리잡기 등 비생산적인 정쟁에 우리까지 참여할 이유는 전혀 없지만, 정책 내지 지향점이라는 측면에서 진보정당운동세력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완전히 독립적이며 비판적인 정치세력임을 확고히 해야 한다.

이번 대선을 통해 적어도 내부적으로는 그간의 진보정치 1기는 확실히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각자의 차이를 인정한 연대와 상호협력에 기반한 새로운 진보정치 2기를 다시 시작할 때이다. 그러기 위한 최소한의 내부적 바탕은 마련되었다. 여기서부터 다시 출발하자.